고양이에게 알약을 먹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 새벽이도 생후 1개월령 시절에 심각한 장염과 감기, 링웜으로 한참동안 알약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약을 잘 먹이지 못해서 저도 새벽이도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고양이 입장에서도 그 상황이 무서웠을 것 같아요. 원래도 낯선 것에 특히 예민한 동물인데, 고양이 기준으로 엄청 거대한 사람이 억지로 자신의 입을 벌려 무언가를 먹이려 하니까요.
그래도 약을 먹여야하니까 각종 유튜브와 인터넷 자료, 후기들을 보면서 투약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상 속 사람들은 약을 쉽게 먹이는데 저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약을 먹이려고 거의 1시간 가량을 시도하다 너무 지쳐서 화가 났던 적도 있고, 속상해서 눈물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 두번씩 매일 시도하다보니까 점점 요령이 생겨서 이제는 저도 알약 먹이기 달인이 되었는데요, 예전에 제가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양이 보호자들이 알약을 쉽게 먹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에 대해 포스팅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 활용하기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동물병원에서도 추천하며 알려주신 방법인데요,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에 약이 섞여있으면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특히 약 냄새를 잘 감춰줄 수 있는 습식 캔 사료에 섞으면 좋습니다. 특히 참치, 치즈, 간 고기처럼 냄새가 강하고 맛이 진한 음식이 약 냄새를 잘 감춰줍니다. 간식으로는 수분이 많거나 말랑한 텍스쳐를 가진 제품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츄르가 있는데요, 츄르가 나오는 입구에 알약을 꽂고 그 위에 츄르를 살짝 묻혀주면 고양이들이 잘 먹는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 집 고양이는 당시 장염으로 아무것도 먹고싶어하지 않았던 때였기때문에 츄르도 먹지 않았습니다! 츄르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나 싶어서 정말 환장하겠더라고요. 습식 사료는 먹기는 했는데 약을 섞으면 귀신같이 알고 아예 입도 대지 않았습니다. 약을 섞으면 확실히 냄새나 맛이 다른가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알약 전용 고양이 간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식은 말랑한 질감으로 알약을 쉽게 감싸주어 고양이가 거부감을 가지는 것을 줄여줍니다. 보통 이런 제품들은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냄새를 입혀 간식처럼 자연스럽게 먹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저희 집 고양이 새벽이는 당시 너무나도 작고 여윈 고양이였기때문에 약을 꽂은 제품을 간식으로 먹이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알약만으로도 새벽이에게 많이 컸으니까요.
주의할 점은 때로 어떠한 약물들은 임의로 분말 형태로 만들거나 음식과 섞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심하게는 부작용까지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수의사에게 투약 방법과 특성에 대해 확인한 뒤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도구 사용(알약 투여기 등)
제가 사활을 걸었던 것은 알약 투여기입니다. 일명 필건이죠. 고양이에게 직접 알약을 먹일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필건이 있으면 비교적 약을 손쉽게 고양이의 입 안에 넣을 수 있어요. 그러면 반려인과 반려묘 모두 해피!
사용 방법은 먼저 알약 투여기에 약을 고정합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고양이의 뒤통수를 감싸며 양쪽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뒤통수 방향으로 당깁니다. 그러면 입이 자연스레 열리는데요,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 사람처럼 이가 빽빽하지 않고 듬성듬성 나있습니다. 우리가 공략할 곳이 바로 이가 없는 바로 그 부위인거죠. 입꼬리를 뒤로 당겨보면 옆으로 이가 없는 공간이 보이실겁니다. 이 때 아주 신속하게 알약 투여기를 넣어 입 안 깊숙하게 목구멍 방향으로 투여기에 있는 약을 쏘면 됩니다. 정말 주의할 점은, 빨리 하겠다고 너무 급하게 투여기를 쏘면 약이 목구멍으로 가지 않아서 고양이가 약을 다시 뱉어낼 수 있습니다. 저도 목구멍에 넣어야하는데 그냥 혀에다 쏘는 바람에 실패한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목구멍에 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알약을 넣고 나서는 고양이의 입을 닫아 손가락으로 목을 부드럽게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여러번 쓸어내려주면 약을 잘 삼키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약을 먹은 후에는 고양이에게 물을 조금 먹여 약이 목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이드나 작은 주사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먹이면 편하고, 그게 아니라도 전국민이 다 있다는 베스킨라빈스 숟가락과 같은 작은 숟가락에 물을 떠서 먹이면 됩니다.
처음 투여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고양이가 낯선 도구에 놀라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사전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에게 알약 투여기를 보여주고 냄새도 맡는 등 탐색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투여기에 묻혀 먹이면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나중에 약을 먹이는 과정이 더욱 수월해집니다. 저는 간식으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 바로 약을 먹이는 데 성공을 했었는데, 새끼 고양이라서 가능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3. 고양이의 상태와 자세 확인
덧붙여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투약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이밍을 잘 선택해야하죠. 고양이가 차분하거나 졸린 상태일 때 약을 먹이면 거부감이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은 고양이가 안정적인 상태일 때 하라고들 합니다. 비슷하게 발톱깎기도 고양이가 졸릴 때 깎는 방법이 유명합니다. 반대로 고양이가 흥분하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저항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양이의 상태를 잘 살펴보고 적절한 시기를 틈타 시도해야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고양이를 수건이나 담요로 부드럽게 감싸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고양이를 수건에 싸서 투약하는 것도 해보았는데 제가 서툴러서 그런지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혹시 이 글을 보신 분들 중에 성공하시는 분이 있을수도 있으니까 설명은 드릴게요. 일단 수건이나 담요로 감싸는 것에 성공해야하는데요, 고양이 뒤에서 몸 전체를 감싸기에 충분한 크기의 담요를 준비합니다. 담요를 펼쳐 고양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함께 덮으며 고양이를 안으면서 다리까지 담요로 감싸안습니다.
또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투약 과정을 수월하게 만듭니다. 고양이를 수건이나 담요로 부드럽게 감싸는 방법은 매우 유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고양이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어 고양이가 발버둥치거나 손발을 휘두르는 행동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가 긴장하지 않도록 감싸는 동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약 후에는 반드시 보상을 통해 고양이가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해주세요. 알약을 삼킨 뒤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면, 약 먹는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상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고양이가 약 먹는 것을 덜 두려워하게 되고,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고양이의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성공적인 투약의 핵심입니다.
고양이에게 알약을 먹일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
고양이에게 알약을 먹이는 일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적절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투여기를 활용하고, 고양이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면서 투약 과정을 진행해 보세요. 만약 모든 방법이 어려울 경우 수의사에게 약의 대체 방법(액상 약이나 주사)을 문의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 모두를 지키는 것입니다. 노력하는 반려인의 세심함이 고양이의 건강 유지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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